작품세계

1. 추상표현 시대 - 1950~60년대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건국을 맞이하게 되어 자주국가가 되었다. 당시 세계의 미술은 추상표현이 그 주류를 이루었고 한국의 새 미술도 국제미술의 흐름에 휩쓸려 갔다. 그런 속에 나의 작업은 한국의 자생적인 추상 즉, 국제미술의 유행으로부터 격리된 한국의 민족적 색채라던가 또는 그 풍토적 특징을 담은 조형적 전개에 몰두하였다.

황토색, 갈색, 흰색 등을 주조색으로 하여 흙을 형상화하는 색채와 독자적인 질감을 이루려 는 노력이 작업의 가장 중요한 근본이 되었던 시대였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의 흙과 대지에 깊숙이 담겨있는 민족적 역사의 흔적. 화석화된 전설 같은 그 설화들을 추상적으로 조형화 하는 작업이었다”. 

‘반 아카데미, 반 앵포르멜......’ 이런 생각이 당시 나의작업의 방향 이었다

2. EVE 시리즈 시대 - 1970~80년대

1966년 한일 국교가 정상화 되고 1968년부터 만2년간 일본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벽화 연구실에 유학을 하게 되었다. 당시 관심이 갔던 고대나 중세에 걸친 벽화에서 보여 졌던 인간 표현에서 휴머니즘을 느꼈던 내 작업의 방향은 표현주의적 성격이 깃든, 그러나 지극히 절제된 색채와 면도칼을 이용하여 스크래치 하는 나름대로의 개성적인 화면질(마티에르)을 추구하는 작업으로 매진하였다.

EVE시리즈는 모두 나의 독특한 소재, 표현기법, 색채의 결집이었다.

“나의 가장 바람직한 목표는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그것을 향락할 수 있는 정신적 위치까지 나를 밀고 가는 일이다.
조금도 작위성이 없는 그리고 순수하게 응결된 내면을 갖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는 것이다.” 

정문규 작가노트 중 - 1976년 11월

3. 환희와 생기에 찬 새로운 자연 - 1990~2020년대

1992년 위암 선고를 받고 수술과 투병을 거치며 어렵게 새로운 삶을 되찾아 1996년에서야 다시 붓을 잡게 되었다. 당시 나는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말기 암으로 삶과 죽음사이를 들락거리는 힘겨운 투병을 하였고 “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 속에서 지내왔었다.
그러던 중 의사와 병원으로부터 완치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그 감동과 기쁨. 감사와 환희는 지금까지도 어제의 일과 같이 생생하다. 그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그때의 감동과 기쁨과 새로운 환희를 자연을 통하여 화폭에 쏟아 붓고 있다.

자연은 계절에 따라 그 생태의 아름다운 면 모두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그 삶의 절정기에 이르면 위대한 활기와 환희의 합창을 내어 뿜으며 우리의 삶을 강력하게 격려한다.

“자연은 우리를 행복한 경지로 이끌어 간다. 그 자연에 우리가 순응한다면.......”